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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님은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부시간을 굉장히 지루해했다.



이 수화는 '화장실 갈래' 혹은 '더러운거' 라는 뜻이다. 님은 공부시간에 도망치려 가끔 화장실에 간다고 뻥을 쳤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만다.


 

학교갔다 돌아온 님을 그저 안아주려 한것이고 어떠한 적의도 보이지 않았는데 님에게 공격을 당했다.

그녀는 볼에 빵꾸가 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다. 정말 구멍이 나서 바람이 통할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것이다.

님은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보며 미친듯이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사과가 받아질리 없었다. 
 

 


그녀는 님의 베이비시터이자 친구였다. 하지만 침팬치인 님에게 잘못의 정도를 판단하는것은 어려웠을것이다.


이제 님은 거의 다 자라 준 성체에 가까워졌으며 그는 본능적으로 여느 수컷들처럼 무리 내에서 힘을 과시하고 싶어했을것이다.

그리고 님의 교육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단어를 알고 사용할 줄은 알지만 조합하는것, 즉 문법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던것이다.

예를들어 "줘 오랜지 나 줘 먹을래" 로 말할때도, "오렌지 나 먹을래 오렌지 줘" 로 말할때도 있고, "나 먹을래 오렌지 줘 나"

등 문장을 조합함에 큰 어려움을 느낀것이다. 한글로 보기엔 이상할게 없지만 영어에서는 용납될수가 없는 구조였다.
 

총책임자는 결국 실험중단을 선언한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 너무나 사회화 되어버린 님이 돌아갈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애매한 존재였다.
 


애초 님의 어미에게서 님을 데려왔던 바로 그 침팬치 사육장에 님을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침팬치 우리의 침팬치들을 난생 처음 보게 된 님의 표정이다.

걱정스러운 연구팀의 모습또한 잘 나타난다.
 

님의 사육장 적응을 돕기위해 또래 친구를 데려왔다. 

그 침팬치는 무리에서 소외받은- 가장 약한 수컷으로, 공격성이 적고 소극적인 개체였다.
 

인간 사이에서는 단 한번도 이런 철창살안에 들어가본적이 없을것이다. 

님의 기분이 어땠을련지는 알 수 없지만, 비극임에는 분명했다.
 

이 결정을 끝까지 반대한 연구팀 인원도 있었다. 하지만 총책임자의 결정이고, 대안이 없기에 어쩔수없는 결정이었다.

연구팀은 그가 가장 아끼던 인형을 우리에 넣어주고 돌아가게 되고 님은 생전 처음 차가운 철창안에서 홀로 밤을 보내게 된다.
 


그는 가족이었을까, 실험체였을까. 인간들은 한 침팬치의 영혼에 낫지않을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침팬치 사육장의 사육사였던 밥은 님을 처음 만난다


이곳의 침팬치들은 규율이 있었다. 모든 정상적인 침팬치는 일 또는 그와 비슷한 행위를 하며 살아야했다.


그저 구경거리로 전락하지 않게 하기 위한 인간 나름대로의 방책이었던 것이다.


다른 침팬치들의 우리에 물을 뿌려주는 침팬치.


사육장에서 살던 님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다.


꺄아ㅏㅏ아아아아앙!

연구 총책임자 허버트였다. 님 또한 본능적으로 그가 권력이 있는 사내라는것을 알고 지냈다고 한다. 

그를 보자마자 님은 미친듯이 반가워하였다.

 

하지만 허버트가 온것은 순전히 언론을 의식한 것 때문이었다. 

허버트의 실험에 관심을 가진 매체들이 그를 먼저 찾았고, 그는 그래서 여기 온것이었다.
 

님은 수화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허버트는 그와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님은 그가 자신을 데려가 이전같은 생활을 할수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님을 남겨두고 매정하게 떠났다.

또다시 버려진 님은 한동안 저렇게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울기만 했다.
 


님의 상처를 달래주는 이는 오직 사육사 밥 밖에 없었다. 밥 또한 그의 특별함을 잘 알고있었기에 수화를 배워 님과 소통하며 삶의 행복을 찾았다.

밥 : 어디가?

님 : 딸기. 먹는거.

 

밥 : 어디?

님 : 걸어. 님.
 






 이곳에서 님의 거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들은 인간과 동물이 나눌 수 있는 가장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눴을것이다.


1979년, 허버트 교수는 방송에 다시한번 출연하여 실험이 실패했음을 세상에 알린다.


그동안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님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놀자! 였다


그런 님을 놀아주고


대마초도 줬다


나중에는 이따금 님이 수화로 대마초를 요구하기까지 한다


사육장에서 여자친구도 사귀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침팬치 사육장에 재정위기가 닥친다.

경영자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침팬치들을 모두 뉴욕대학교 임상실험장에 매각한다.

 

1982년,

특별한 침팬치였던 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인간에게 안전한 약을 만들기 위해 쥐와 침팬치를 거쳐야만했기때문에. 그는 그저 침팬치였다.

이곳은 그야말로 침팬치들에게 생지옥이었다.  

 


님은 하루가 머다하고 철창밖에선 동족들이 고통에 겨워 비명지르는소리를 듣고 이따금 축 늘어진 동족들이 들것에 실려나가는것을 봐야만했다.


이 실험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님이 특별한 침팬치란걸 알고 수화를 몇개 적어 벽에 붙여 그와 소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특별대우는 없었다. 그도 이런저런 약물을 투여받아야했던 그저 일개 침팬치였다.

밥과 님을 사랑하던 소수의 연구원들은 님을 구해내기 위해 법정에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인격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갖은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그를 꺼내는데는 패소하게 된다.
 



 하지만 이 법정싸움이 미국 전역에 알려져 한 부유한 농장주가 님을 연구소에서 거액을 주고 구해오기로 결심한다.


이 농장은 그야말로 낙원같은곳이었다.


상처입고 불구가 된 동물들이 여생을 보내게 한 그런 농장이었다.


님의 새로운 집


하지만 이 시기에 님은 굉장히 우울해했다.


농장주도 그를 가둬둔것이 아니었다. 원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게끔 문을 열어주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무기력한 님은 좀처럼 활동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너무나 망가지고있었다.




결국 사육장에 보라고 마련해둔 TV를 부수고




농장주의 애완견을 집어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폭력성을 보여 더이상 문을 열어놓아줄 수 없게 된다.


님은 이제 갇혀살아야만 했다.

이 농장 앞에 걸려진 현판이다.

 

"저는 두려울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나의 비극들은 모두 끝났고, 나는 집에 있습니다"
 


어느날 님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님의 유년기시절의 양육을 맡았던 스테파니였다


님은 그녀를 알아보자마자 굉장히 화를 내기 시작했다.

농장직원들은 그녀가 우리 안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녀는 기어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것이라며 우리로 들어갔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만다. 그녀를 쓰러뜨려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육장 안을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직원들은 성급히 총을 준비했지만, 님은 거기서 멈추었다.

그녀를 더이상 공격하지 않고 내팽겨쳐두었다. 죽일 마음은 없었던듯이.
 




님은 한동안 저러고 지냈다. 케이지 안에서 통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며 시간을 보냈다.

긴 시간이 지나, 그에게 또다른 손님이 찾아온다.

사육장에서 함께 지내던 밥 이었다.
 

밥은 농장주에게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일전의 사태때문에 농장주는 결단코 그를 들여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님은 그를 보고 화가 나있지는 않았다.

 


님은 밥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사육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와 노는것을 가장 바랬다.



님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 밥은 곧 돌아간다.

이후 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동료 침팬치들과 잘 어울릴수있게됬고, 어느정도 농장에 적응하여 여생을 잘 보내게 되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밥에게 치유받은것일까.
 

 

밥은 그 농장에 자주 방문했다. 그리고 님은 26세의 나이로 2000년도에 사망했다. 

 

인간의 아이로 자랐지만 침팬지로써 많은 절망을 겪어야만 했던 님.

인간의 지식욕은 가끔 수많은 생명의 방향을 자연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확실한것은, 님을 그저 한마리 침팬지가 아닌 조금 더 특별한 영혼을 가진 무언가로 만든 인간은 그것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지지 못했다.

언젠가 이런 실험이 다시 반복된다면, 부디 그 영장류는 님보다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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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바닥에서 글로벌로~ 발전소장 에르 :) 2021. 10. 18. 23:36